앞으로 미국에서만 출생하면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좋은 시절' 이었던 것으로 불리울 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명간 행정명령을 통해 '출생=미시민권자'라는 현행 제도를 종료시킬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 등은 정치전문 미디어 액시오와 인터뷰에서 조만간에 대통령 행정명령 방식으로 이같은 관행을 종식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국민의 국적을 결정하는 데 있어 영토에 기초하는 속지주의, 즉 자국 영토 안에서 태어났을 경우 무조건 시민권을 부여해주는 것을 관행으로 삼아왔다.
미국과 같은 속지주의를 택하는 나라는 캐나다, 브라질 등 전세계에 걸쳐 33개국에 달한다.
트럼프는 그러나 이같은 관행이 악용돼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앵커 베이비'로 부르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즉 미국 내에서만 태어나면 무조건 미국 시민권이 주어지는 것을 활용, 불법체류자나 단기 방문자들이 미국에서 출산을 시도하는 식으로 자녀들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추구해왔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태어난 앵커 베이비는 본인 외에 부모라는 연고를 이용, 시민권자 초청이라는 제도를 통해 불체자 가족들 마저 모두 미국에 불러들이는 낳게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일찌기 대선 유세과정에서 부터 강경한 이민정책 시행 공약을 내걸면서 동시에 앵커 베이비 문제에 대해서도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왔었다.
문제는 트럼프의 이같은 조치가 과연 법적으로 타당성을 갖느냐는 점 여부다.
미헌법에는 누가 미시민권자이느냐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다. 다만 미영토내에서 출생한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여기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 미국내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느냐 여부다.
출생지가 미국일 경우 미시민권이라는 해석을 내린 근거가 되는 것이 1868년의 대법원 판결이다.
이 판결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흑인들로 부터 출생한 자녀들에 대해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이 맞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이 판결은 이후 미국의 속지주의 원칙의 근간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이 판결은 외형적으로는 미국내 출생=시민권 부여라는 등식을 낳게 했지만 그 배경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앵커 베이비 문제와는 약간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다.
대법원 판결 전인 1830년대 미국내에서 살고 있는 흑인들은 여전히 노예라는 관습상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예를 들어 판결을 내렸던 당시 로저 테이니 대법원장의 고향인 메릴랜드에는 75,000-80,000명에 달하는 자유민 흑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노예의 신분에서 벗어난 자유민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못했다. 메릴랜드 주의회에서는 이들 자유민 흑인들을 추방시키느냐 아니면 미국에서 살게는 하되 다시 노예로 신분을 바꾸느냐는 문제를 두고 법안이 제안되는 분위기였다.
위기감을 느낀 흑인들은 민권운동 차원에서 결집, 시위와 집단 항거를 통해 자신들의 법적인 신분을 확보하는 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메릴랜드 주도인 애나폴리스에서 시위와 청원등을 계속한 끝에 자신들에 대한 시민권 부여 정당성을 확보해냈다.
1868년 대법원으로 부터 마침내 "미국 영토내에서 태어난 흑인은 미국 시민이다"라는 판결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이 판결이 속지주의의 근간이 됐던 반면 1898년에 내려진 중국인 이민규제 관련 판결은 속지주의 원칙에 또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당시 미국에는 많은 중국인 노동자 이민들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당연히 가정을 이루면서 자녀들을 출생했다. 태어난 중국이민자들의 자녀들은 미시민권자로 간주됐다.
1882년 중국 태생의 근로자들의 미국 이민을 금지하는 'Chinese Exclusion Act'에 의거, 이민국 관리들은 일반 중국인들의 미국 입국을 불허하는 과정에서 중국인 이민자들의 시민권자 자녀들에 대히서도 미국 입국을 금지시켰다.
이 문제는 법원으로 넘어가 시민권자 자녀들은 미국에 재입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판결로 결론지어졌다.
그런데 이때 언급된 것이 "(중국계) 시민권자 자녀들에게 시민권 지위를 부여한 것은 이들의 부모들이 합법적인 이민자들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었다.
즉 부모가 합법적으로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부모에게서 출생한 자녀들에게 미시민권을 부여한다는 논리로 부여된 시민권의 적법성을 설명한 것이다.
트럼프를 비롯, 현행 이민 정책이 잘못됐다고 비난하는 보수진영에서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누구든 관계없이 무조건적으로 미국서 출생하면 모두 시민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진, 합법적인 미국 주민이라야 미국내 출생 자녀들에게 시민권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논리가 적용될 경우 불체자는 물론 외국국적을 가진 방문자가 미국내에서 자녀를 낳았을 경우 시민권을 부여받을 수 없게된다. 이른바 원정 출생이나 앵커 베이비가 원천적으로 봉쇄돼는 것이다.
만약에 미헌법에 부모의 법적인 신분(예를 들어 불체자라 하더라도)에 관계없이 미국 영토 내에서만 출생하면 누구든지 시민권자가 될 수 있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있었다면 트럼프의 주장은 정당성을 잃게 된다.
그러나 1892년 중국인 판결 처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이러한 서로 상반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미국내 출생=시민권 부여'라는 조항이 헌법상에 확실하게 규정돼 있다면 이를 뒤바꾸는 데는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헌법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통상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거의 동수와 다름없는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3분의 2 찬성을 이끌어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것이 헌법 개정이 아니라 해석상의 잘못으로 관행화된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가 액시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즉 미국내 출생자에 대해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이 헌법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행정적인 해석상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의회의 승인이라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이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동으로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실제로 "백악관 관계전문가들의 검토 결과 행정명령으로 시정이 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이민옹호자측은 물론 절대 반대를 표하고 있다.
또 실제 트럼프가 행정명령을 발동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항하는 행정소송의 제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이 문제가 한칼에 해결이 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이에 불구 트럼프가 이같은 핵폭탄급 이민 이슈를 이 시점에 공론화하고 밀어붙이려 든다는 것이 주목해야 할 점이다.
캐버너 대법관의 상원 청문회과정에서 제기됐던 성추문 시비가 민주당 입장에서 여성표를 결집시키는 호재로 작용했다면 밀어붙였던 공화당쪽에서도 이 사건이 보수진영을 자극, 보수표 규합에 도움이 됐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백악관은 나아가 현재 진행형인 수천명 난민대열의 미국 입국 움직임도 이민에 소극적인 보수진영의 보호본능을 자극, 공화당의 바닥 표심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판단하에 이에 대한 강경대응을 공언하고 있다.
워싱턴 미주경제 - 4115 Annandale Rd. suite 207 Annandale, VA 22003 703)865-4901
뉴욕 미주경제 - 600 E Palisade Ave. suite 3 Englewood Cliffs, NJ 07632 201)568-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