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경제 뉴스

몇 백불만 주면 가짜 영주권 - 소셜카드도 $150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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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 타운에서도 멀지 않은 로스앤젤리스 맥아더 파크(MacArther Park)는 분수대와 널찍한 잔디밭 등 외관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도심 공원이다. 공원 곳곳에는 잔디에 앉아 일광욕 혹은 책을 보거나 조깅,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공원 외곽 인도변을 지나다 보면 은근히 다가와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 한국의 남대문 시장에서 볼 수 있었던 암달라상 같은 모습이다

"미카(Mica), 미카"

미카는 스패인어로 신분증을 의미하는 속어다. 영주권, 소셜넘버 카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신분증 위조를 전문으로 한다. 


영주권,소셜넘버, 운전면허증 등등 못만드는 것이 없다. 이중에서도 주력 상품은 소셜카드, 영주권이다. 하나같인 취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신분증명서들이다.

위조 신분증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소셜카드는 80-200달러, 영주권은 200-1,300 달러 등 대중이 없다. 


위조신분증의 정교함, 흥정하는 사람의 수완에 따라 값이 비싸지기도, 혹은 할인이 되기도 한다. 

맥아더 파크는 LA 최대 위조신분증 거래 장소다. 캘리포니아에 불체자, 이른바 서류미비자(undocumented immigrants)가 가장 많기에 따지고 보면 미국내 최대 위조신분증 거래무대이기도 하다.

거래는 서너시간이면 끝난다. 위조자들은 노트북 까지 들고 다니며 고객, 즉 의뢰자들에게 제품 샘플을 보여준다. 거래가 성사돼 의뢰자가 이름과 생년월일, 사진 두장과 함께 약정된 현금을 건네면 서너시간 이내에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위조 신분증의 퀄리티는 양호하다. 과거에는 인쇄기술이 떨어져 조악한 제품도 있었으나 지금은 위조방지 홀로그램 까지 집어 넣을 정도로 완벽한 수준이다. 공항이나 국경 등에서 출입국 때 사용할 수는 없지만 일반인들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불체자들이 이렇게 구입한 '가라 신분증'은 취업시 유용하게 활용된다. 영주권이나 소셜카드가 있으면 취업에 어려움은 없다. 


이들을 고용하는 곳은 식당, 숙박업소, 농장, 소규모제조업체, 서비스 업체 등 다양하다. 사람이 없어서 못 쓰는 상황인지라 어디든 취업이 가능하다.

고용주들은 이들의 신분증 위조여부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것을 따질 처지가 아니다. 


이 지역에서 40여년째 식당을 운영해 오고 있는 한 고용주는 "우리 입장에서는 일손이 필요하고 그들(불체자들)은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이기에 굳이 문제를 삼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현행법상 불체자들을 채용하다 걸리면 고용주들도 처벌을 받는다. 그리고 E-Verify라고 해서 사람을 채용할 경우 취업자격 적법성 여부를 국토안보부 온라인으로 확인토록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22개주가 이같은 규정을 채택,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자들의 신분증 위조 여부를 가리는 것에 대해 고용주들은 "우리는 정부기관이나 탐정이 아니다"는 말로 답한다. 


한마디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또 알고도 모른 채가 불문율처럼 돼 있는 것이다.

신분증 위조 사업은 로컬 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현장 거래에서는 현금이 오가지만 타지역 등 원거리 거래 때는 새로운 송금 방식인 벤모(Venmo)가 이용되기도 한다. 


소셜카드나 영주권 외에 신분서류도 위조가 보편화돼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출생증명서다. 미국내 병원 출생중명서는 진본이 있고 확인이 되면 가장 확실한 신분증명자료가 된다. 

이 출생증명서만 갖추면 미국 어디서든 소셜카드와 운전면허증을 교부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위조 출생증명서 생산지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다. 이곳에는 300만명 이상의 히스패닉계 주민들이 살고 있다. 푸에르토리코에서 만들어진 출생증명서는 히스패닉계 불체자들의 신분을 탈바꿈 시켜주는 가장 요긴한 신원자료로 인기가 높다.


푸에르토리코는 또 도난 혹은 분실당한 진본 신분증명서에 다른 사람 이름을 넣어 진짜 처럼 만들어주는 신분증 세탁 기지로도 불리운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제품'은 정밀도가 아주 높아 가격도 비싸다. 소셜시큐어리티 카드 같은 것이 500-1,300달러로 거래된다.


이렇게 위조된 신분증을은 단순히 취업 서류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메디케이드, 실업수당 및 각종 저소득층 주택보조금 등 정부차원의 복지부문에서도 악용된다.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정부 돈을 버젓이 타먹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설명이다.


위조 여권 등도 역시 중요한 상품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계 이민자들용으로 많이 유통되는 데 'WeChat' 등을 이용해 메시지를 주고 받기 때문에 이민이나 수사당국이 이를 파악 또는 적발해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방 국토안보부에 의하면 2018년도에 신분증 위조관련 사범으로 체포된 사람은 1,258명이다. 이 가운데 997명이 기소됐고 710명이 유죄를 선고 받았다.


신분증 위조가 이렇게 번성하고 있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트럼프 정부 들어서 강경이민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불체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다. 특히 이민단속반들이 직장을 급습하는 식으로 단속을 확대하면서 과거 보다는 위조 신분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경제활성화로 실업율이 50년래 최저 수준을 보일 만큼 고용시장이 좋은 것도 주요 요인이 된다. 한마디로 일손이 너무 부족한 것이다.


건설업계, 식당업계, 농장, 제조업계, 서비스 업계 등 일손을 필요로 하는 곳은 넘치는 데 정부는 이민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취업적격 신분을 갖춘 저임금 노동자를 구하기가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고용주들은 짐작이나 의혹은 가면서도 멀쩡해 뵈는 신분카드만 갖고 있으면 일단 직원으로 쓰게 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확산도 신분증 위조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고객이나 제조업자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촉하고 페이먼트를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사업 영역이 로컬에서 국제적으로 까지 확대되기에 이른 것이다. 


예를 들어 멕시코 혹은 캐나다 국경을 넘어 미국에 밀입국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신분증 마련까지 한 패키지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밀입국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위조 신분증이라는 새로운 상품이 생겼고 밀입국자들은 위조신분증으로 곧장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이 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불체자 노동력이 사라진다면

미국토안보부 당국이 추산하고 있는 현재 미국내 불체자 인구는 1,100만명 정도다. 

이는 2007년 최대 1,220만명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줄어든 것이다.

당국자들은 미국내 불체자 1,100만명 가운데 최소한 800만명이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 전체 고용시장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전체 평균이 이렇다는 것이지 지역별로도 차이가 난다. 


네바다주의 경우 2016년을 기준으로 전체 근로인력의 10.6%가 불체자들이다. 또 캘리포니아는 8.6%, 켁사스는 8.2% 가량이 불체자 인력으로 충당돼있다. 조지아나 노스 캐롤라이나 같은 동남부 지역들도 노동력 시장에서 불체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6%대 이상이 이들로 채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별로도 불체자 인력 의존도가 다르다. 역시 2016년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 불체자 근로자  가운데 31% 가량이 서비스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농업, 농장일 및 임야 부문에 종사하는 근로자들 가운데 24%가 불체자들인 것으로 분석돼고 있다. 건설업계 역시 불체자 인력을 많이 고용하는 대표적인 업종인데 전체 근로자의 15%, 인원수로는 135만명 가량이 불체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식당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전체 종사자의 25% 가량이 비미국인 출신들이다. 

다른 전제 업종들의 비미국인 고용률 평균이 18%대인 것에 비하면 훨씬 높은 비중이다.
이처럼 미국의 각 산업계는 비미국계 근로자, 특히 불체자 인력이 없을 경우 제대로 가동이 안될 정도로 불체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특히 야채 등을 재배하는 캘리포니아 일대의 채소 농장, 과수원의 경우 전체 근로자의 50% 이상이 불체자일 정도로 절대적이다.

건설현장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막노동이라 할 보조직, 벽돌공, 페인터, 사이딩 잡들 같은 경우 불체자 인력에 지나칠 정도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건설업계의 경우 특히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건설업체의 70% 이상이 일손이 달리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처럼 불체자 노동력들은 미국산업현장 곳곳에 포진해있다. 숙박업,식당업,각종 판매 서비스업, 중소규모 제조업에서 청소,배달 등 온갖 저임 분야 직종에 불체자들이 투입돼 비즈니스 가동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민강경책으로 선회하면서 불체자를 포함한 외국인 노동력이 미국 고용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그러나 업계에 의하면 불체자나 외국계 근로자들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의 대다수는 이른바 3D 업종으로 일반 미국인들이 취업을 꺼리는 'dirty job'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 50년래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실업율이지만 이런 호황 속에서도 여전히 실업상태에 있는 미국인 근로자들이 있는 데 이들중 적지 않은 수효가 일자리를 못 찾아서가 아닌, 자발적인 비근로계층들이다. 

백인 고졸 이하의,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이 바로 이런 사람들인데 이들 중 상당수가 마약 중독자와 같이 자발적으로 실업상태에 머물고 있기에 불체자들이 종사하는 직종에는 아예 관심도 두지 않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불체자를 포함한 외국게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취업이 안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 스스로 꺼리는 직종이라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불체자들이 담당하고 있는 분야는 미국근로자들의 고용시장 진출에 거의 영향을 안주는 변방의 직종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만약에 불체자를 포함한 외국계 근로자들이 일시에 미국 산업현장에서 빠져나간다면 그 여파는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특히 농업,건설업,제저업,서비스부문 등은 비즈니스 유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불체자 근로인력이 빠져 비즈니스에 타격이 오면 그 업체에서 일하는 미국인 근로자들도 영향을 받게된다. 결국 불체자 인력의 배제는 장기적으로, 혹은 거시적으로는 미국의 경기침체를 유발하고 고용시장 전체에 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와 잇몸의 관계'와 같다는 것이다.

건설업이나 요식업계에 의하면 일부 불체자나 외국계 근로자들은 정식 직원은 아니라 하더라도 업무 숙지능력이나 경험 등에 있어서 미국인 정규인력에 못지않은 숙련도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임에다 업무능력까지 갖춘 불체자 인력을 기업들이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저런 요인으로 인해 불체자 인력의 배제는 미국 경제, 좁게는 미고용시장에 상당한 후유증을 안겨줄 수 있는 민감한 정책사안이다. 
결국 이러한 추세와 더불어 만연하고 있는 신분증 위조 실태도 역시 하나의 필요악 처럼 고용시장 현장에서 수용, 유통되고 있는 불가피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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