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6얼12일 싱가포르에서 미북정상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상회담 개최 장소와 일시에 대한 발표가 미루어지는 것을 두고 나돌던 회담성사 여부에 대한 불투명성이 제거됨에 따라 일단 양측의 접촉은 기정사실화돼는 셈이다.
이제 관심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어떤 선에서 타협점을 찾으며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가에 모아지고 있다.
미국의 대북 압박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압박수위를 높여왔다.
미국의 요구는 CVID로 요약된다. 북한핵무기의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를 의미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북한핵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동시에 이를 뒤집을 수도 있는 일체의 근거를 원천적으로 제거시킨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에 북한핵의 비핵화(dednuclization) 보다 한걸음 더 구체적이고 보다 더 강력한 요구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점차 요구조건을 증대시켜왔다. CVID 대신 PVID라는 용어가 제시된 것이 그 맥락에서다.
PVID는 완전한 것을 넘어 영구적으로 폐기시킨다는, 보다 더 공세적인 개념을 담고 있다. 단순한 용어 차이 같지만 미국의 대북 압박 강도를 한 클릭 더 높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로 언급한 이 PVID는 트럼프 행정부 대북협상팀의 기조를 엿보게 할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미국은 나아가 폐기대상을 핵무기 외에 생화학무기 등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도 포함 시켰다
이어 ICBM과 같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물론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에 대해서도 동시 폐기의 필요성을 천명했고 국제법상 제재가 쉽지 않은 위성발사 실험도 탄도미사일 개발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포기 또는 폐기 대상으로 포함시킨다는 언급이 나돌았다.
이밖에 북한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인권문제도 덧붙이는 언급도 나왔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북한에서 문제가 되는 모든 독소요소들을 모조리 묶어 한거번에 해소시키갰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고 이렇게 커진 요구에 북한이 응할 수 있을 것인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게 했다.
미국의 대북압박의 하이라이트는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과정에서 밝혀진 일본 아사히 신문의 대북요구사항에 대한 보도다.
아사히 신문은 10일자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그동안 핵실험과 관련 축적된 모든 데이터를 폐기하고 수천명에 달하는 핵개발 관련 북한 전문인력들을 해외로 이주시키도록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생화학무기와 인공위성 탑재 우주로켓 발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북한측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볼턴 백악관안보보좌관의 말을 통해 북한핵 폐기에 대한 종래의 보상방식은 고려치 않는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동안 20여년 이상에 걸치 북한핵 협상결과를 실패로 낙인 찍은 이른바 단계적 보상에 따른 북한핵 폐기 주장을 일체 수용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강경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제까지 언급된 미국의 대북 요구와 보상방침을 종합하면 한마디로 미국은 북한에 완전한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판단이 들 정도의 강도높은 압박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대응
김정은은 아예 비핵화라는 용어에서 부터 미국과 다른 시각을 가지지고 있다.
미국이 이해하는 비핵화는 나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대로 북한핵무기의 폐기이나 북한은 이를 포괄적이고 상호적으로 해석해 궁극적으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의미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즉 단순히 북한만 핵무장을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 존재하고 있는 미국의 핵전력도 동시에 떠나야 하는, 물귀신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수위가 높아져 가면서 촛점은 비핵화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비핵화는 실현하되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 가느냐로 논의의 중심이 옮겨졌다.
여기에서 김정은이 주장하는 것은 종래부터 일관되게 활용해왔던 단계적이고 상호적인 방식이다.
비핵화 과정을 합의와 실행, 검증이라는 여러 단계로 나눈 뒤 매 과정마다 실행과 보상을 주고 받는 잘게 써는 전략을 말한다. 이른바 살라미 전략으로 북한은 그동안 이 전략을 통해 마냥 시간을 끌고 합의 불이행을 반복하면서 결국 20여년을 버텨왔고 마침내 핵을 손에 쥐게 됐다.
김정은은 이같은 원칙으로 버티다가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주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 대비협상에서 중국이 후원자 노릇을 하며 자신의 입장에 힘을 보태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시진핑과의 회담에서 다시 한번 단계적이며 점진적인 비핵화라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미국의 일괄타결 요구를 사실상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싱가포르 회담 결정
미국의 대북압박이 가중되고 김정은의 튕기기가 표면화되는 것과 함께 정상회담의 일시와 장소가 여전히 결정되지 않자 일각에서는 미북회담의 표류 내지 미개최 등과 같은 분석도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정상회담이라는 원칙은 동의했지만 양측간에 간극이 너무 커 이를 좁히기가 쉽지않을 수도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유보적인 분위기는 일단 폼페이오 장관이 2차 방북을 통해 그동안 북한에 억류돼왔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이끌어내고 동시에 6월12일로 정상회담일자를 못박음으로써 다시 한번 전환점을 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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