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민

미국 대학, '뒷문'·'옆문' 입학 비용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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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방법은 사실 여러 방법이 있다.

대학 입시 스캔들은 흥미로운 소식이지만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다. 

부유층 학부모 30명 이상이 입시 비리로 기소된 이번 사건은 명문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동원한 다양한 부정 행위가 화제에 되기도 했다. 


대학 입학 사정관에게 뇌물을 주는 것은 물론, 표준화된 시험에서 특혜를 받기 위해 허위 학습장애 진단을 받는가 하면, 아들을 유명 운동선수로 포장하기 위해 사진을 합성까지 했다.


대학 스포츠 

체육특기자로 입학하는 것은 사실 어느 나라에나 있을 법한 것이며 기부 입학 역시 한국에도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제도다. 

 

이런 제도가 의미하는 것은 돈이 뒷받침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미국의 고등교육은 경제학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시장이 되고 말았다.


가을에 시작하는 대학 풋볼은 이미 돈벌이가 어마어마한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았고 '3월의 광란'으로 유명한 대학농구 토너먼트 역시 막대한 광고 수입과 스포츠 중계 그리고 우승 상금을 받는 비즈니스로 자리잡았다. 대학들은 유능한 운동선수를  특별히 데려 오기 위해 뒷돈을 주는 경우도 있다.


대학 스포츠가 대학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하고 또한 돈을 벌 수 있는 스포츠 비즈니스가 되기 때문에 인성이나 학업 능력은 뒷전이 된지 오래고 오로지 근육질의 단단한 운동 능력만 앞세우게 되었다. 물론 이 또한 인기 종목과 재능 있는 선수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나머지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그저 대학에 들어온 이상 졸업을 하는 것으로 그치기 때문에 이 종목에 비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대학 스포츠와 관련해 운동 팀이 없는 명문 대학들이 있다. 이들이 운동부를 없앤 이유는 학생은 그저 취미 정도로 체력을 단련하는 수준이면 족하며 이것이 학업에 방해될 정도로 과도하게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칼텍, MIT  그리고 시카고 대학, 카네기 멜론 대학은 어느 대학 스포츠 리그에도 속하지 않는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아이비리그 대학은 대학 스포츠리그의 이름이다. 물론 이 입학제도는 크게 바뀔 예정이고 대학들도 입학 기준을 크게 손봐서 바꿀 예정이다.

        

기부 입학제

명문대학 졸업생의 자녀를 우대하는 방안의 하나는 돈을 내는 금전적 기여를 통한 입학이다.

2006년 발간된 책 '입학의 가격: 미국의 지배 계급이 명문대학 합격증을 돈으로 사는 방법(The Price of Admission: How America’s Ruling Class Buys Its Way into Elite Colleges)'를 통해 명문대학들이 어떤 식으로 기부자와 동문 자녀들에게 특혜를 주는지 밝혀졌다.  


이 책에는 듀크대 입학처 담당자의 경험담 중에 불합격 시킨 지원서 가운데 일부는 특별히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요청서를 상자에 담아 보내왔다고 밝힌 내용도 있다. 

부모가 거액의 기부금을 낸 학생들의 경우 '학교 발전 전형'으로 분류해 입학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자레드 쿠시너는 250만 달러를 내고 하버드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자들이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번 스캔들 역시 미국이 내세운 성과주의의 허구를 본격적으로 노출시킨 사건이다. 


혐의를 인정한 문제의 입시 브로커는 대학을 진학하는 방법에 세 가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나는 스스로 정문으로 떳떳하게 들어가거나,  아니면 10배 많은 돈을 내고 뒷문으로 기여입학 하는 방법이 있는데 자신은 새롭게 '옆문'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가 말한 '옆문'이란 뇌물을 주고 시험 점수를 조작하는 노골적인 불법 행위다. 

 

뒷문이 통상 4년간 대학 등록금의 10배라고 간주하면 200만 달러 정도인 반면, 옆문의 경우 50만 달러가 넘는 수준이므로 은밀히 인기를 얻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일이 얼마나 만연한지 정확히 파악할 방법은 없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사실 부자들은 불법적으로 뇌물을 먹이고 옆문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 합법적으로 돈을 쓰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평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입시 경쟁에서 부유층의 자녀들이 앞서는 것은 단순히 기부금 뿐이 아니다. 미국의 상위 1%의 자녀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가산점을 차곡차곡 모으는 인생의 길을 가고 있다. 

이들의 운명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명확하게 달라진다. 디트로이트 같은 무너져가는 대도시의 공립 학교와 일년 학비가 수만 달러에 이르는 사립 초등학교의 교육 환경은 천지차이다. 학생이 받는 교육의 질은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대학 입학이 학업 능력이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기 시작한 것은 이른바 명문대학을 나오면 사회에 나와 다시 부자들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제적 이득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학 입시제도가 바뀐다면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대학 진학의 자질
공립 학교 지원금을 전국적으로 같은 수준에 맞추고 사립 학교를 하루 아침에 폐지한다고 해도 일부 학생들의 상황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매년 거처가 없는 상태를 경험하는 학생 수는 이제  250만 명에 달한다. 빈곤으로 인한 열악한 주거 환경은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고, 미래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훼손시킨다. 
 
대학 입학의 '정문' 역시 스스로의 힘으로 들어가는 문이 아니라 사실은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가정 환경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흔히, 기회의 평등이 아메리칸 드림의 큰 요소라고 하지만 기회의 평등, 그 비슷한 것이라도 보장하기 위해서는 미국 사회가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유층 학생들은 입학 기준이 어떻게 바뀌어도 앞서갈 수 있다. 시험 성적의 비중이 커지면 부유한 부모들은 시험 준비 과외를 시킬 것이고, 생활기록부를 두루 본다고 해도 더 풍성한 생활기록부를 만들어줄 수 있다. 
 
온전한 기회 평등이 결코 실현될 수 없는 현실에서 성과주의란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다. 성과주의는 부유층의 불안, 곧 내가 누리는 것들이 개인의 재능과 노력 때문이 아니라 출생 로또 덕분이 아닐까 싶은 불편한 기분을 달래주는 것에 불과하다. 치열한 입시 경쟁에는 어딘가 뒤틀린 구석이 있다. 하지만 아예 다른 세상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공립 학교를 사립 학교 수준으로 만들고 모두가 높은 질의 무상 대학 교육을 보장받는다면 대학 합격증을 두고 불법으로 경쟁할 일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학생들이 좋은 대학 교육을 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무의미한 장애물을 끝도 없이 통과해야 하는 현행 제도 대신, 명확하게 제시된 최소한의 학습 능력을 갖춘 학생들은 모두 대학에 진학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할 수도 있다. 

현재의 대입 제도로 우수한 학생이나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을 골라낼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자성이 이미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여러 명문대학이 밝혀온 입장이다. 대부분의 경우 자녀가 나온 학교는 그 부모가 어떤 계층에 속해있었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대학 신입생들이 대학 전공과 직업 간의 관계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부모들은 더 넓은 시각을 가져야 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물리학을 전공했다고 다 물리학자가 되지 않고, 영문학을 전공했다고 다 작가나 문학교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헤지펀드에도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기업 임원들의 학부 전공 역시 다양하다. 전공과 직접 연관이 있는 직업을 갖게 되는 사람은 27%에 불과하다.

원래 대학에서 전공을 정하는 이유는 커리어 선택과 거리가 멀었다. 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배우면서 연구, 분석, 소통 방법과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법, 시간 관리법과 끈기를 배우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고위 경영인들이 대졸 사원에게 기대하는 자질은 이런 것들이었다. 물론 이런 큰 원칙이 언제나 인사과 말단에서 이력서를 거르는 프로그램에 의해 대부분 커트되고 마는 게 현실이다. 성공한 기업들이 찾는 인재는 한 분야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재빠르고 호기심이 강하며 혁신적인 사람이다.
 
이제 컴퓨터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변호사, 금융 애널리스트의 일은 아웃소싱되고 머지않아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다. 좋은 일자리는 폭넓게 사고하고 관습에 도전하는 사람, 즉 인문학 교육의 목적에 충실한 사람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휴머니티 즉 인성이며 이것이 대학 진학의 자질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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