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민

디지탈 시대의 새 풍속도 '디지탈 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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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세계에서 좋다는 곳만 찾아다니며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인터넷과 업무에 필요한 각종 기기, 작업 공간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유목민,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들이다.


IT 기술 발달로 급속히 진화 중 

디지털 노마드는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1997년 ‘21세기 사전’에서 처음 소개한 용어다. 주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장소에 상관하지 않고 여기저기 이동하며 업무를 보는 이를 일컫는다.

2010년 초반부터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기기를 통해 근무할 수 있는 ‘BYOD(Bring Your Own Device)’ 바람이 불었다.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PC가 책상을 벗어나 무릎 위,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면서 생긴 변화였다.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프로그래머, 마케터, 교사, 디자이너, 컨설턴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기기를 가지고 얼마든지 회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디지털 노마드는 크게 기업의 피고용인,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으로 나뉘며, 최근에는 스타트업 기업가, IT기업 프리랜서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디지털 노마드가 기업의 피고용인일 수 있다는 사실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기업 소속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프리랜서와 약간 다르다.

디지털 노마드는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일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업무환경에 만족도가 높다. 업무성과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에 전직원 원격근무를 허용한 기업도 있다. 바로 ‘오토매틱’이다. 전세계 웹사이트 6분의1이 이용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콘텐츠관리시스템(CMS) ‘워드프레스‘의 개발사다.

전직원 원격근무를 도입한 또다른 기업 ‘베이스캠프’의 공동창업자 데이비드는 “모든 직원이 한 사무실에 같이 모여서 일하는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할 뿐”이라며 “원격근무는 전세계에 있는 인재들과 협력하고, 불필요한 사무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방식”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인재영입과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도입하고 있어, 디지털 노마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노마드 위한 다양한 서비스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노마드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된 서비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해시태그노마드(#nomad)’, 근무 환경 정보를 정리한 ‘노마드리스트’, 검색엔진 서비스 ‘텔레포트’ 등이 그렇다. 


해시태그노마드(#nomad)는 메신저 플랫폼 ‘슬랙’에 개설된 커뮤니티다. 카카오톡에 디지털 노마드와 관련해 얘기를 나누는 단체 채팅방이 마련돼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가입 과정은 간단하다. 웹사이트에서 가입 신청 후 승인 e메일을 받으면 가입절차 완료다. 가입하려면 디지털 노마드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후원금으로 65달러를 내야 한다. 


해시태그노마드는 2014년 11월 처음 채널이 개설됐으며, 현재 1만여명이 넘는 디지털 노마드가 해시태그노마드에서 형식과 격식 없이 누구나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를 다른 사람과 주고받고 있다.

텔레포트(teleport.com)는 디지털 노마드 생활비를 계산해주는 검색엔진이다. ‘자신이 최상으로 생활하고 일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자’라는 슬로건을 걸고 디지털 노마드가 생활할 도시 주거 비용, 교통비, 생활비 등을 계산하고 비교해서 보여준다.

전 세계 110개국 도시의 주택임대료, 스타트업 활성화 여부, 여행시 접속 편의성, 의료 환경, 세금 수준, 생활비, 교통 편의성, 인터넷 접근성, 교육 수준 등과 같은 정보를 점수를 매겨 정리해 보여준다. 


단순히 임대료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통근시간이나 생활비 등이 한 도시 안에서 어느 지역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비교해 볼 수 있다. 

비자와 세금 관련 정보도 제공된다. 한마디로 직접 가보지 않고도 해당 도시에서 일할 때 최소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미리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세계 곳곳의 디지털 노마드가 한자리에 모이는 오프라인 행사도 있다. ‘미트업’(Meetup)은 ‘해시태그 노마드 회원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하는 네트워킹 모임이다. 

또한 디지털 노마드들은 전세계 곳곳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30여명이 함께 아시아와 유럽을 여행하고 일하는 ‘해커 파라다이스’, 1백여명이 1년간 세계일주하며 일하는 ‘리모트 이어’ 등 디지털노마드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전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협업공간(co-working space)은 디지털노마드 사이에서 단연 인기다. 직업이 다른 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사무용품과 비용을 나눠 쓰며 일하는 ‘신개념 일터’로, 일반 사무실에 비해 임대료도 저렴하다. 

카페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각자 업무를 보거나, 협업공간에서 제공하는 각종 세미나 혹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이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도 있고, 사업파트너를 구할 수도 있다.


기존 사고방식으로는 접근 불가 

디지털 노마드라고 하면 아름다운 해변에 누워 여유있게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사실 본인 하기에 따라서는 생활비도 덜 들이면서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한 장소에서 오래 머물지 않다 보니 고정비용을 줄이고 다양한 경험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노마드는 시시때때로 거처를 옮기는 단순 여행자가 아니다. 내가 일하고 싶은 장소에서 일할 자유를 누리는 것뿐이지 업무량은 비슷하다. 놀면서 일한다는 뜻이 아니다.

전세계를 ‘일터’로 누비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비자, 숙소, 지역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오랜 시간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찾아올 ‘외로움’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해두어야 한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실력은 당연하다. 디지털 노마드가 아무나 함부로 시도할 수 있는 삶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적으로 이를 위한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스토니아는 ‘e-레지던시’(e-Residency)을 시범 시행 중이다. 국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 신분증을 신청할 수 있으며, 취득자는 세금 납부, 법인 설립, 은행 업무 등 현지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행정업무들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디지털 시민권’인 셈이다.


국가간 물리적 경계가 모호해지고 인터넷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세상은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일은 무조건 사무실에 나와 앉아 있어야만 하는 것”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으로는 디지털 노마드를 이해하고 시도하는 것이 딴세상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변화의 흐름’를 막을 수는 없다. 전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보통의 방식’을 떠나 자신만의 삶을 찾아 떠나는 이들은 계속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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