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김준교 기자

미국에 뜨거운 감자 된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에 대한 정책 노선 재검토 돌입

중동에서의 입지와 원유 가격 문제로 골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재평가하기를 원하고 있다.

10월 초, 사우디 왕국은 OPEC+와 함께 석유 생산량을 줄여 원유 가격을 효과적으로 인상하고 사실상 러시아를 편들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든은 이에대해 사우디가 러시아와 같은 입장에 선 것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후 재평가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이며 효과적인 방식으로 재평가할 수 있기를 원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어떤 평가를 내리고 어떤 방향을 취하든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바이든이 사우디 정책을 재평가한 것은 취임 이후 세 번째다. 바이든은 대선 캠페인에서 사우디에 대해 보다 더 강경한 입장에 설 것임을 공언했다. 그는 2018년 자말 카슈끄지 살해에 가담한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왕세자를 맹비난했다.


백악관에 입성한 바이든은 정보 보고서의 일부를 공개하고 관련 사우디인 일부를 제재함으로써 트럼프와 다른 노선을 취했다. 재평가의 일환으로 빈 살만을 만나지 않겠다고 비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정학적 역학 관계를 바꾸면서 높은 원유 가격이 인플레이션 문제를 악화시키자 두 번째 재평가가 이뤄졌다. 2022년 봄, 바이든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마침내 빈 살만 왕세자를 직접 만나려고 시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접근 방식을 세 번째로 재평가한 지금, 새로운 결론이 나올 지 미지수다. 많은 것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은 주요 석유 생산국이자 경제적 영향력, 이란과 테러 조직에 대응하는 긴밀한 파트너,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자 미국 무기의 1위 구매자로서 사우디 왕국에 의존하고 있다.


공통 관심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동의 아랍 종주국으로 인정하는 대신 미국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재평가 요구는 실질적인 정책의 검토라기 보다는 현 껄끄러운 상황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일시정지 버튼에 가까울 수 있다.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당장 주요 정책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향후 왕세자의 폭력 확대를 금지하고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이후 실추된 정치적 입지를 보호하기 위해 가드레일을 설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빈 살만 왕세자가 미국의 이익과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더욱 권위주의적인 경향을 내보이면서 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유하는 이익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익이 갈릴 만큼 세상이 충분히 변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 생산국이자 이슬람의 가장 큰 모스크를 가지고 있는 왕국, 세계 무역의 많은 부분에 대한 이웃, 대테러 대결에 있어 주요한 파트너로 인식되는 왕국으로부터 경제적 그리고 지역적 안정을 기대했다.


한편 사우디 왕국은 세계 최대 군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종종 미국과의 파트너십에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가져갔음에도 왕국이 놓을 수 없는 파트너라는 근본적인 의미는 변하지 않았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의 가장 가까운 중동 파트너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식 외교 관계는 없지만 이해 관계가 가까워졌다. 반이란 정서에 대한 이스라엘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일치는 계속해서 그들을 더 가깝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이웃 독재 국가인 아랍에미리트, 모로코, 바레인과 외교적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협정을 맺을 수 있다는 미국의 일부 정책입안자들 사이의 희망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글로벌 전략이 러시아와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시각이 굴절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여전히 사우디아라비아를 파트너로 보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 각국의 지도자들을 만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수출 시장에 도움이 되는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핵심 질문은 공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빈 살만 왕세자와 협력할 수 있는지 여부다.

빈 살만은 폭력적이고 위법적인 수단을 통해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달성하기 위해 관습을 깨는 불량 지도자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를 만난 여러 사람들은 30대 후반의 왕세자를 데이터 기반 솔루션과 프로젝트 관리에 중점을 둔 맥킨지 (McKinsey) 컨설팅의 관리자로 보고 있다.


사우디의 실세가 누구인지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빈 살만이 어떤 인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특히 왕정 국가에서 권력이란 거의 신탁이나 다름없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트럼프 시대에 미국 국내 정치에 관여한 방식과 이후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븐 므누신의 재정적 노력에 투자한 방식으로 인해 두 나라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이해관계가 모호해졌다. 사우디는 미국이 트럼프 하에서 양극화되는 방식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엄밀하게 말하면 공동의 이익이 존재하지 않으며 빈 살만이 러시아, 중국과 협력해 미국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고 봐야한다.


미국이 자말 카슈끄지에 관한 일을 비난했기 때문에 빈 살만이 적대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성향 자체가 미국을 가벼이 본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재평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이 빈 살만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본질이다.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은? 무기 수출

빈 살만과 거래 관계가 성립하려면 바이든 행정부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아마도 미국에 영향을 미치는 빈 살만의 움직임에 대한 반향이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에 대해 격론하고 있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관계 재조정 방안을 고민하게 만든 것은 인권이 아니라 석유 생산 문제다.


의회는 무기 판매를 보류하거나 중단할 권한이 있다. 사우디 왕국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최대 무기 구매자였다. 국방부는 2022년 사우디 왕국에 대한 30억 7,000만 달러의 무기 판매를 의회에 통보했고, 이는 대통령을 다른 방향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 사우디 인권 운동가는 사우디가 미국에 의존하는 것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보안과 함께 제공되는 기술이라고 언급했다.


OPEC+의 결정에 대해 미국이 사우디 왕국에 대한 무기 판매 승인을 중단하고 수요가 많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철수해 우크라이나로 보내야 한다는 의회의 과격한 반응도 있었다.

이런 중단이 미국의 안보 이익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사우디 왕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찌됐든 안보 관계가 무엇이든 간에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체제가 필요하다.


반면 공동의 이익은 외면하기에는 너무 크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친구와 동맹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더 일관성 있고 더 선언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수시로 사우디 왕국을 비판했고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가 승인한 작업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기 이전을 줄이면 사우디 왕국이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무기 시스템을 당장 전환할 수 없을 것이며 중국으로 눈을 돌리는 일은 더욱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기 판매를 중단하는 것은 의회의 권한이므로 지금 당장은 시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 의회는 사우디 왕국에 대한 80억 달러의 무기 판매를 차단했으나 트럼프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군은 사우디 왕국에서 드론 대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이는 의회가 연기할 수 있는 사안이다.


정부가 군사적 관계를 축소할 의지가 없다면 다른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미국은 사우디왕국의 사업을 더 어렵게 만드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미국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공공정책 선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평판 문제를 고려하도록 인센티브를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급히 돌아섰다. 더 극단적인 방법은 바이든 행정부가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개인적 제재를 실행하는 것이다. 이는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된 민사 소송에서 국가원수로서 면책특권을 가지는 지 여부에 달려있다.


인권이 더 나은 정책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카슈끄지의 암살 사건이 전 세계를 사로잡았지만, 계속되어 왔던 사우디 왕국의 끔찍한 인권 상황은 간과되고 있다. 비근한 예로 어떤 사람은 트위터에서 정치범 석방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사우디 왕국에서 45년형을 선고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민주적인 국가다. 언론의 자유가 없으며 빈 살만을 비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 국가는 빈 살만 하에서 고도로 중앙 집중된 의사 결정으로 더욱 권위주의적으로 성장했다. 카슈끄지 살인이 끔찍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 때문에 미국이 사우디 왕국과 관계를 끊지는 않았다.

사실, 사우디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 사회적 기반이든, 군사적 기반이든, 교육 기반이든, 동맹국이 변혁하도록 돕는 것이 미국에게 장기적인 이익이 된다.


신자유주의에 익숙한 이들은 인권에 너무 집중하면 미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의 일부, 즉 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막을 수 없다고 단정한다. 그것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에너지 정책도 이 시점에서 특별히 효과적이지는 않다. 한 가지 설득력을 가진 주장은 민주적 가치가 궁극적으로 더 나은 외교 정책을 만든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적이고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는 결국 더 안정적이고 평화롭고 번영하며 더 나은 동맹국이 된다. 그럼에도 정책 결정 테이블에 인권의 목소리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민주주의 인권 노동국 국무부 차관보는 공화당의 거부로 공석이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NSC)의 최고 인권 관리는 자리를 떠났다. 지금 인권 문제를 담당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은 단순한 가치가 아니라 중요한 국가 안보 이익임을 확실히 주장한다. 이 접근 방식에 국가 보안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것은 여전히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교 정책의 중심으로 구현하기 위해 현상 유지를 기꺼이 깨고자 하는 사람이 필요할 수 있다.

사우디 왕국에 대한 미국의 더 넓은 정책 비전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려면 바이든 행정부의 관리들이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중동에서 트럼프와 그의 가족은 국익 대신 사우디의 이익을 증진시켰다고 비판하고 해외에서 억압을 가능하게 하거나 변명하는 것은 미래에 미국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불의와 불안정을 부채질한다고 날을 세웠던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정부 밖에 있을 때는 진보적 입장을 취했다가 회의를 주재할 때는 현실주의로 방향을 바꾼다는 주장도 의미심장하다. 워싱턴의 많은 사람들이 미국-사우디 관계가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해 냉소적인 것도 당연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정책을 재평가한다고 말하면서 새로운 정책과 일치하지 않는 외교적 언어를 사용할 때마다 세계에서 미국의 신뢰가 약화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댓글 0개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