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팔레스타인 유권자들 도덕적 딜레마 보여
새 행정부에 중동 분쟁 해결 위한 압박 거셀 듯
아랍계 유권자들은 투표에 대해 매우 고뇌했다.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성향 유권자들은 선거 기간 내내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했다. 아랍계 유권자는 양대 정당에 의해 무시당하는 데 익숙한 투표 블록 중 하나다. 198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월터 먼데일은 아랍계 유권자들의 기부금을 반환했다.
당시 한 캠페인 관계자는 해당 커뮤니티의 기부를 거부하는 것이 캠페인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1988년, 민주당 후보 마이클 듀카키스는 아랍계 유권자 단체의 지지를 거부했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는 뉴저지에서 무슬림을 추방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졌을 때 뉴저지의 아랍인들이 환호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팔레스타인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은 민주당이 그것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현실이다. 민주당 행정부는 가자지구의 학살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아랍계 유권자들이 항상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대선에서 아랍계 유권자들은 주로 조지 W. 부시에게 투표했고, 공화당은 아랍계 유권자들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인구 집단으로 여겼다.
그러나 9.11 테러의 여파와 아랍인과 무슬림에 대한 감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백인 유권자에 대한 공화당의 외국인 혐오와 이슬람 혐오 발언 이후, 아랍인들은 꾸준히 민주당 쪽으로 옮겨갔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은 아랍계 유권자 표의 약 60%를 얻었다.
해리스도 트럼프도 이들에 무관심
그런데 이제 아랍계 유권자들은 선거 내내 다시 고의적으로 무시당했다고 느꼈다.
가자 전쟁이 초래한 사망자 수 증가와 인도주의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단호한 정치적, 재정적 지원은 팔레스타인 지역 사회를 격분하게 만들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가 보여준 전반적인 공감 부족은 사람들의 입에 쓴맛을 남겼다.
대학가에서는 신학기를 맞아 다시 친 팔레스타인 시위와 모임이 뜨거웠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고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가 되자, 민주당은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투표 블록으로 재편할 기회를 잡았다. 아랍계 유권자는 주요 경합주에서 수십만 명의 유권자를 구성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해리스 캠페인의 아랍계 유권자에 대한 홍보가 미흡했다고 분석한다. 아랍계 유권자들은 바이든 정책을 지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본다.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정책들을 접하면서 이들은 공화당으로 선택을 돌려야 하는지 매우 숙고했다.
해리스가 초반에 우위를 점하면서, 그녀는 미묘한 균형을 찾아야 했다. 바이든과 거리를 두고 일부 유권자들에게 가자지구에서 바이든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득하는 동시에 현직 부통령으로서 미국 정부의 정책을 대변할 수 있어야 했다. 해리스가 한 번도 깨뜨린 적이 없는 균형이었다. 너무나도 많은 민간인 사망을 초래한 이스라엘의 행동을 비판하고 가자지구의 인명 피해를 인정했지만, 그런 종류의 발언은 전쟁을 정당화하는 것과 결부시켰다.
해리스는 이스라엘의 행동 때문에 아랍과 무슬림 유권자들을 잃을 가능성에 대해 진작에 알고 있었다.
가자에서의 팔레스타인의 만행을 거짓으로 꾸민 이스라엘의 소행도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해리스는 아랍계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와 사실상 동률을 이뤘고,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이 얻은 수치보다 거의 20포인트 뒤처졌다. 사실상 상당수의 아랍계 유권자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고 전반적으로 아랍계는 공화당을 선택한 결과를 보였다.
트럼프는 이 점을 이용해왔다. 레바논의 고통과 파괴를 멈출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고조되고 있는 것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레바논계 유권자 유권자들에게 "레바논에 있는 친구와 가족들은 이웃과 평화와 번영, 조화를 이루며 살 자격이 있다고 직접 호소했다.
또한 디트로이트 외곽에 있는 무슬림이 대다수인 도시인 미시간 주 햄트램크의 시장인 아메르 갈리브(Amer Ghalib)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선거가 얼마나 박빙이었는지를 감안할 때 미시건과 펜실베이니아와 같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주에서 아랍계 유권자는 유의미한 수의 표를 차지한다. 그리고 일부 자유주의자들은 해리스에게 투표하기를 거부하는 아랍계 유권자 유권자들에 대해 트럼프가 무슬림 금지와 같은 정책 때문에 더 나쁘다고 말하면서 좌절감을 표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8월 집회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향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길 바란다면 시위를 계석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것은 실수다. 많은 아랍계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고 그가 재선되는 가능성에 우려한다. 그들이 느끼는 것은 거대한 거인 앞에서 다시 초라한 돌팔매에 의지해야 한다는 현실이다.
트럼프도 해리스도 아닌 제3의 선택
어떤 사람들은 아랍계 유권자들의 우려와 잠재적인 시위 투표를 무책임하다고 일축했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미국에서 이스라엘은 대량학살에 대한 비난을 받아왔고, 가자에서 일어난 일이 대량학살이라고 믿는 유권자에게 선택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투표가 바이든 행정부에 책임을 묻는 데 사용되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을 멈추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후자를 선택했다면, 해리스에게 투표한 것이 가자지구에 대한 대처에 찬성을 하는 것과 같다.
반대로 현 행정부의 가자지구 대처에 반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트럼프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 아랍계 유권자에게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는 이유는 하나다. 이유가 어떻든 가자지구의 분쟁을 종식시키는데 역할을 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랍계 유권자 중에는 민주당에 우호적인 유권자들이 더 많았다. 트럼프와의 대결에서 바이든이 이겼을 때, 자신들의 가치를 반영하고 목소리를 대변할 든든한 존재가 생겼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런데 가자지구 학살로 인해 그런 기대는 완전히 사라졌고 오히려 위협이 더 커졌다고 느꼈다. 아랍계 유권자들은 끊임없는 배신감,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원조,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여태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불가능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제3당에 투표해 해리스에게 갈 표를 줄이는 것이었다. 트럼프의 존재를 너무나 확실히 알기에 거기에 투표하는 것은 상당수의 민주당 성향의 아랍계 유권자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3당에 투표하거나 투표하는 것은 주요 정당들이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킨 유일한 방법이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에 우호적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전쟁에 관여하는 것은 트럼프는 반대한다. 최소한 이스라엘에게 전쟁 지원을 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트럼프 당선이 최소한 해리스가 당선되는 것보다는 전쟁의 위험은 줄어드는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고 아랍계 유권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전쟁 상황이 종료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해리스는 이스라엘의 전쟁에 자금을 대는 행정부의 일부였기 때문에 아랍계 유권자들은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불편했다.
선거가 도덕적 딜레마 가져와
해리스가 무슬림들이 갖고 있는 견해에 대해 어느 정도 동정심이나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무엇이든 할 수 있기를 바랐으나 그렇지 않았다. 해리스가 바이든의 이스라엘 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약속을 했더라면 이들의 표는 민주당을 향했을 것이다.
가자지구에 대해 물었을 때, 해리스는 언제나 10월 7일에 일어난 일을 언급했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을 벽으로 몰았다. 해리스에게 투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인종 학살에 대한 투표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무엇보다 아랍계 지역 사회는 그 어느때보다 선거를 맞아 분열되었다는 사실이다. 죄책감도 투표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최소한 가자지구 사태에 대해 의견을 표시할 방법이 있어야 했지만 해리스나 트럼프 모두 해결책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랍계 유권자 내지 팔레스타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량 학살이다. 동족과 가족이 죽어가는 현실에서 그것에 대한 결과가 없다면, 어떤 것에도 결과가 없을 것이라고 여긴다. 가자지구의 학살에 대해 누구든 바이든 행정부와 거리를 두는 목소리를 내길 기대했다. 아무도 그런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무기 금수 조치가 있고 이스라엘이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미국이 직면한 숙제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미 전범으로 기소돼 전쟁이 끝나면 책임에 따른 대가를 받아야 한다.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공약을 내놓은 것은 없다. 그리고 전당대회에서 팔레스타인계 유권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잇는 기회도 마련되지 않았다. 선거 캠페인을 돌아보면 정치권이 가자지구 사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아랍계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쥐 죽은 듯이 목소리를 내지 않고 미국사회의 뒷전에 조용히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이다. 제3당에 표를 몰아주는 대신 도덕적 부담감에서 스스로에게 고통을 받게 하는 것.
40,000명의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팔레스타인 유권자에게는 40,000명의 유권자 사망자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바이든의 정책은 40,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들을 살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트럼프는 불만을 품은 아랍계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려고 노력했지만, 바이든보다 이스라엘을 훨씬 더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악영향을 미쳤다.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고, 동예루살렘이 여전히 팔레스타인 영토로 점령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를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더 이상 서안지구의 정착촌을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금의 가자지구의 사태를 가져온 불씨를 트럼프가 만든 셈이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거나 제3당에 투표한 많은 아랍계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더 나은 대안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지 않다. 그들에게 지난 1년 동안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일은 이미 최악의 결과를 낳고 있다.
이스라엘은 수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고, 교육, 종교, 보건 인프라를 파괴하고, 예방 가능한 질병이 퍼질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고, 전례 없는 속도로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고 살해했다. 아랍계 유권자의 항의 투표는 민주당에 더 치명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들은 대다수가 바이든을 지지했다. 이번 선거는 그렇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인 전쟁을 조장하는 행정부에 대해 선거 결과로 목소리를 보여주기에는 턱없이 미약한 것이 아랍계 유권자의 현실이다. 미국서 팔레스타인 지역 사회에 대한 시각은 선거가 지난 앞으로 더욱 문제다. 대학가는 이미 친팔레스타인 토론이나 학술회의도 한창이다.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은 정치권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사회 전반에 가자지구의 학살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책임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차기 행정부가 오롯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특히 가지지구를 벗어나 레바논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이란까지 불똥이 뛸 긴박함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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