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변형된 투기적 모습 보여줘
정체 회복에 5~10년 걸릴 가능성도
요즘 주택 시장의 특징은 모든 것이 변화가 없는 정체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금리 인하에도 높은 주택 가격과 모기지 이자율 그리고 매물 재고는 기존의 흐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온라인 주택 거래 업체 레드핀(Redfin)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주택의 2.5%만이 지난 8개월 동안 주인이 바뀌었는데, 이는 최소 30년 만에 가장 낮은 거래 실적이다. 낮은 주택 거래 실적은 상당 기간, 즉 모기지 이자율이 6% 이하로 내려가는 가시적인 변화가 오지 않는 한 늘어날 것 같지 않다.
부동산 중개업체의 최신 데이터는 사람들이 기록적으로 높은 주택 가격과 높은 모기지 이자율의 유독한 조합에 직면해 한 세대 만에 가장 감당할 수 없는 주택 시장 중 하나를 만들면서 2024년에 주택 시장이 얼마나 정체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로 모기지 이자율에 민감한 주택시장이 곧 새로운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희망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데이터가 주택 시장 관계자에게 말해주는 것은 2024년 주택 시장이 정말로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매물 적어 거래 정체
레드핀(Redfin)의 경제 연구 책임자는 2023년에도 같은 상황이었고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024년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나 예상과 달리 주택시장이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이 벗어나면서 모기지 이자율에 대한 예상도 빗나간 탓이다. 연초에 전문가들은 늦어도 6월부터는 금리가 인하되고 모기지 이자율은 하반기에는 6% 이하에 근접할 것이라고 보았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9월에 금리가 인하되었고 모기지 이자율은 여전히 6%를 넘고 있다. 주택 가격은 여전히 상승 추세이고 모기지 이자율 역시 2000년 당시 고금리 시대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매물 재고 또한 하락 추세에서 크게 반등하지 않고 있다. 이런 것들이 주택 거래를 정체 빠지게 했고 여기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택 1,000채당 약 25채가 1월~8월 사이에 팔렸다. 이는 팬데믹으로 인한 주택 구매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2021년 같은 기간보다 올해 1월과 8월 사이에 판매된 주택이 37% 적고 팬데믹 이전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1% 더 적은 주택이 거래되었음을 의미한다.
주택 거래가 400만 채 이하로 거래된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극심한 주택 시장의 불황에 해당한다. 그러나 주택 가격이 상승 추세이기 때문에 불황도 아니다. 주택 디플레이션에 가깝다. 1,000가구 중 30~40가구가 주인이 바뀌는 시장은 더 건강한 주거 환경을 의미한다.
물론, 지금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판매할 주택이 적기 때문이다. 올해 8월까지 주택 1,000채당 32채만이 매물로 나왔는데, 이는 레드핀이 매물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이른 해인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결국 매물이 적어서 덜 팔렸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막힘 현상은 주택 시장의 역사를 보아도 매우 드문 현상이다.
어디 사느냐에 따라 시장 현황 달라
일부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더 큰 정체를 겪었다. 레드핀(Redfin)에 따르면 교외와 농촌 지역의 주택은 도시 지역의 주택보다 약간 더 자주 주인이 바뀌었다.
지리도 중요하다. 올해 이사 비율이 가장 낮은 10개 대도시 지역 중 7개가 캘리포니아에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대도시 지역 중 가장 낮은 이사 비율을 보였고, 1,000가구 중 15가구만이 주인이 바뀌었는데, 이는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한 수치다.
로스엔젤레스 같은 곳에서는 임금이 집값을 따라잡지 못해 감히 이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택 시장에 출시되는 신축 재고는 그리 많지 않으며, 만약 출시되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주택이 아니다.
로스앤젤레스 같은 도시는 집 지을 부지가 사실상 없어 신규 주택의 건설에 따른 공급은 이미 사라졌다.
또한 건설 비용이 너무 높아서 건물을 짓고 나서 100만 달러 이하의 것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로스앤젤레스의 주택 시장 둔화는 이 도시에서 가장 큰 고용주 중 하나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고용 둔화에 기인한다.
지난해 작가와 배우들의 파업의 후유증과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한 사업 차질이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의 고용 전망을 끌어내렸다. 많은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몇 년 동안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영화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돈이 마르기 시작하고 있다.
보스턴은 두 번째로 정체된 주택시장으로, 5년 전에 비해 주택 수가 거의 38% 감소했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주요 기술 허브로 부상한 텍사스 오스틴은 레드핀(Redfin)이 분석한 50개 주요 대도시 지역 전체에서 지난 5년 동안 주택 판매가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텍사스 주도인 오스틴은 올해 주택 1,000채당 30건의 매매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9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선벨트(Sun Belt) 지역 도시들과 뉴욕시에서 통근 거리 내에 있는 지역의 주택 구매자들이 가장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었다. 다른 어떤 대도시 지역보다 피닉스에서 더 많은 주택이 주인이 바뀌었다.
피닉스는 많은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고 있고, 이는 주택 구매자가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의 공급을 늘리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피닉스의 주택은 훨씬 저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닉스에서도 주택 판매가 팬데믹 기간인 2020년과 2021년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지난 몇 년 동안 익숙했던 것에 비해 여전히 낮다.
침체된 주택 시장 되살리기
프레디맥에 따르면 모기지 이자율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를 앞두고 꾸준히 하락해 왔고, 9월 26일로 끝난 주에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이자율이 6.08%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가을 기록한 7.79%의 최근 최고치에 비하면 크게 하락한 것이지만, 신용위기가 시작된 2008년부터 팬데믹이 끝난 2022년까지 거의 14년 동안의 평균 모기지 이자율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주택 판매가 역사적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이유 중 하나는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 때문이다.
2022년 이전에 더 낮은 모기지 이자율을 고정한 대부분의 주택 소유주들은 훨씬 더 높은 이자율로 새 주택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주택을 매물로 내놓기를 꺼리거나 할 수 없었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 따르면 5,080만 건의 활성 모기지 중 거의 60%가 이자율이 4% 미만이다. 사람들이 집을 팔 인센티브가 거의 없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재고가 매우 적다는 것이 매매가 거의 없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신규 주택 건설 부족도 주택 시장의 부진에 한몫했다. 전문가들은 증가하는 주택 구매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300만 채 이상의 주택을 건설해야 한다고 추정한다. 이런 공급 부족 현상은 주택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8월 기존주택의 중간 판매 가격은 41만6,700달러로 14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현 시점부터 건전한 주택시장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답은 신축이든 매물 증가이든 간에 엄청난 양의 공급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마음 놓고 주택을 내놓는 부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거래는 정체되었지만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이런 시장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높은 주택 가격은 집을 사는 입장에서는 불리하지만 집을 파는 사람에게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더구나 신용 위기 시기에 대량으로 집을 구입하고 지금 집을 파는 투자자들이나 일부 주택 전문 업체는 이 상황이 절대 불리하지 않다. 조금씩 시장에 내놓고 팔면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최고의 수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주택 시장은 변형된 투기적 양상을 띄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팬데믹 이전의 정상적인 추세의 주택 시장으로 돌아가기까지는 5년에서 10년 사이의 긴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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