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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 그리고 유럽연합의 극우

김선영 기자

미국과 러시아에서 벗어나길 원해

실제로 극우 정당이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어


"유럽과 통화하고 싶다면 누구에게 전화해야 합니까?"

이 질문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한 말로 유명하며, 유럽의 정치 주체가 국제 무대에서 공동 전선을 형성하기 어려운 점을 언급하고 있다. 그 결과,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만큼 유럽은 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구조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유럽연합(EU) 하에서 통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유럽을 대변하는지, 또는 유럽연합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최근 몇 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불분명하다. 이민을 둘러싼 내부 분열, 우익 민족주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등은 모두 유럽이 무엇을 대표하고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에 도전한다.


독일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는 독일의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직후 하나의 대륙적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절대적인 우선순위는 가능한 한 빨리 유럽을 강화해 한 걸음 한 걸음 미국으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쟁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더 강력한 역할을 바라는 메르츠 총리의 명백한 열망은 최근 몇 년 동안 독일이 유럽연합에서 차지하는 탁월한 위치로 다시 균형을 바꾸는 전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유럽 대륙의 정치적 지뢰를 감안할 때 유럽이 어느 정도까지 통합될 수 있는지, 또는 심지어 어떤 종류의 유럽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열려 있는 질문으로 남아 있다.


트럼프, 푸틴, 그리고 독일의 공통점은 중도 우파에서 극우 정치를 표방한다는 것이다. 특히 독일은 유럽 연합의 단합된 목소리를 극우 시각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그것이 가능할지는 트럼프와 푸틴이 성공할 지와 같은 궤적에 있다. 독일은 중도 우파 정당인 기독민주연합(CDU)이 이끄는 새 정부를 선출해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을 몰아냈다. 그 결과 기민당은 독일 연방하원에서 새로운 연정 구성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선거의 또 다른 헤드라인은 독일의 극우 정당인 대안당(AfD)의 강력한 성과다.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는 사전 선거 여론 조사에서 놀라운 지지를 보였고, 일론 머스크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많은 관심을 끌었다.


독일 대안당(AfD의 역사상 가장 좋은 성과라 할 수 있지만, 독일에서 이 당은 여전히 논란이 많다. 신임 총리인 기독민주당의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는 이미 자신의 당이 독일 대안당(AfD)과 연정을 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몇 년 동안 독일 대안당(AfD)의 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의 부활과 같은 궤적에 있다.


그리고 독일 대안당(AfD)을 극단주의 운동으로 보는 독일의 주류 정당들 사이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독일의 선거 결과는 또 다른 놀라움이 있었는데, 그것은 좌파 정당인 디 링케(Die Linke)당이 예상외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선거 몇 주 전, 이 당이 연방하원에서 의석을 얻기 위한 5% 컷오프에 미치지 못할 조짐이 보였다. 그런데, Die Linke는 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 기민당의 승리가 함축하는 바, 독일 대안당(AfD)과 디 링케(Die Linke)의 성과, 그리고 독일 정치가 어떤 방향을 추진할 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메르켈 총리의 자리를 채우다

독일의 한 지도자는, 살아 있는 기억 속에서, 백악관이 다룰 수 있는, 유럽의 유일무이한 목소리에 가까운 무언가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유럽은 독일의 장수이자 유일한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과 오랫동안 동의어였고, "무티 메르켈" 또는 "엄마 메르켈"과 같은 애정 어린 별명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첫 취임 기간 동안 일부 사람들에 의해 자유 세계의 사실상의 지도자로 불리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가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재임한 그녀의 유산은 2015년 유럽 이민자 위기 동안 수십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유럽연합(EU)에서 독일의 리더십을 옹호하는 등 청정 에너지에 대한 강력한 약속으로 부분적으로 정의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유럽의 엔진이 되었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열정적인 동료 유럽주의자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잘 협력하면서 통합된 유럽의 비전과 그 핵심 가치를 전 세계에 전달했다. 평론가들에 의해 "머크론(Merkron)"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두 사람은 유럽연합의 파워 커플로 여겨졌다.


한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를 자신의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묘사하며 난민 정치에 대한 메르켈의 인도주의적 비전을 칭찬하고 미국이 외국인에게 수여할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서훈하기도 했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과거 냉전의 초강대국들과 논란이 많은 그들의 지도자들에 대해 선견지명이 있었다.

동독 출신인 그녀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을 결코 신뢰하지 않았다. 또한 트럼프의 첫 번째 재임 기간 동안 트럼프와 협력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메르츠 총리의 최근 발언을 다소 예상한 듯, 메르켈 전 총리는 독일이나 유럽연합(EU)이 예전처럼 미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면서, 유럽인들에게 자신들의 운명과 이익을 스스로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독일 문제'의 닮은꼴

그러나 어떤 면에서 메르켈 총리는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있었다. 이른바 "독일 문제", 즉 독일인들이 지도력과 "라이트쿨투르(Leitkultur)", 즉 "지도문화"를 통해 하나의 국가로서 통일할 수 없는 무능력은 19세기 이래로 독일을 괴롭혀 왔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독일 통일 기간 동안 새로운 중요성을 갖게 되었다. 이른바 '메르켈의 기적'이 일어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독일의 내부 정치 분열, 특히 독일의 서독과 동서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분열은 누가 정치 지도자의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비전을 둘러싼 것인지를 포함해 유럽연합 전체가 직면하고 있는 더 넓은 분열을 반영한다.


메르켈 총리 치하에서 가졌던 유럽 내부의 중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독일은 지금 유럽 대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와 비슷한 종류의 강력하고 선견지명이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다. 2025년 이 나라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도전은 분명한 국가 리더십을 요구하는데, 무감정하고 카리스마가 없는 퇴임하는 올라프 숄츠 총리도, 야당 우파 지도자이자 곧 후계자가 될 메르츠 총리도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리더십을 공개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메르켈 총리와 메르츠 총리가 같은 정당인 기민당(CDU)을 대표하고 있지만, 독일과 유럽연합에 대한 두 사람의 비전은 확연히 다르다. 부유한 전직 비즈니스 변호사인 메르츠는 정부 개입 축소, 관료주의 감소, 세금 인하, 친시장주의 개혁을 우선시하는 정책 의제를 신봉한다. 또한 메르츠는 제한주의적 이민 정책으로 독일 국경을 강화하기를 원하는데, 이는 메르츠가 때때로 바람을 피웠던 극우 정당인 독일 대안당(AfD)의 부상 속에서 독일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오른쪽으로 이동했는지를 반영한다.


그런데 메르츠는 상대적으로 다른 의제에서는 유럽과 나토를 모두 옹호하며, 독일을 메르켈 시절의 강자로 재건하고 다시 유럽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의 이런 욕구가 극우 노선을 가진 독일 대안당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유럽에 대한 개념이 변화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태도와 유럽연합(EU)과 전 세계에서 극우 포퓰리즘이 부상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트럼프가 극우세력의 득표율이 높았던 독일 선거 결과를 두고 '독일에 위대한 날'이라고 두둔한 것은 이런 생각을 자극하는 일이다.


이는 유럽을 위해 좋은 지 여부는 대륙에 대한 어떤 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메르츠는 비록 메르켈 총리보다 우익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주도하는 강력한 유럽을 옹호해왔고, 이는 미국의 지배로부터 유럽을 분리하려고 했던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뮌헨안보회의에서 행한 연설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유럽의 "내부로부터의 위협"을 경고하면서, 극우 포퓰리즘과 유럽 대륙의 정책을 옹호하고 "근본적인 가치, 미국과 공유하는 가치"에서 후퇴한 대륙 정부들을 폄하했다. 일론 머스크는 이후 자신의 소셜 플랫폼 X에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십시오! 메가, 메가, 메가!"라고 올렸다.


이런 지지에 대한 유럽 지도자들의 당혹감과 실망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고통받고 분열된 유럽은 문제가 없는 환경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유럽 대륙의 많은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로 그런 정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극우의 틈입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유럽 전역에서 포퓰리즘과 민족주의가 부상하는 것은 '낡은 유럽'이라고 불릴 수 있는 나라에 큰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특히 과거의 동맹국이자 보호자인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더욱 그러하다.


중부 유럽, 특히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과 권위주의 정치가 성장하고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등에서 초민족주의와 극우 사상이 강세를 보이는 오늘날의 유럽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통합된 총체라고 보기가 어렵다.


이탈리아에서는 조르지아 멜로니(Giorgia Meloni) 총리의 우익 정치 카멜레온주의가 머스크와 트럼프에 대한 옹호와 찬사와 결합되어 정치적 중심으로 통일된 유럽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만큼 동유럽과 서유럽 그리고 북유럽은 따로 놀고 있다.


미국의 보호에서 벗어날 강한 유럽에 대한 유혹

유럽이 현재 상태에서는 사라질 존재라는 사실을 여러 지도자들이 경고했다. 그리고 전적으로 유럽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해왔다. 무엇보다도, 유럽 블록이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가에 대한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확실하지 않는 한 부를 수 있는 유럽은 없다. 메르츠가 연정 협상에 들어가,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좋은 거래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제2당을 차지한 극우 독일 대안당을 무시하기에는 독일 국민의 지지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유럽이 신속하게 움직여 미국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독일 대안당의 목표이기도 하다. 미국이 앞으로 유럽 나토 동맹국을 방어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당연하다. 메르츠는 독일이 직면한 모든 지정학적 문제에 답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정부를 안정적으로 단결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독일 대안당을 연정 파트너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한다. 현재 유럽의 자유민주주의가 러시아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러시아와 미국의 새 행정부와 점점 더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대외 원조, 규제 그리고 무역을 포함한 여러 유럽연합 정책에 대한 적대감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화를 걸어 상대할 유럽"이 있다 하더라도 유럽 지도자들에게는 자신에게 전화가 오는 것을 더 걱정하는 분위기다.


유럽연합을 먼저 내세우기가 너무도 어렵고 불가능하며 자신들의 국가를 표방하기도 쉽지 않은 까닭이다. 과감하게 그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이 영국과 독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극우 정당이며 국민들이 이들에게 기울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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