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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기 기자

휘발유 가격이 중간 선거 판도 바꿀 듯

OPEC+ 감산 결정은 트럼프에게 주는 선물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사우디의 빈살만


오일 가격이 다시 오르는데 이번엔 순수한 경제적 의미가 아닌 정치적 의도가 들어 있어 의미가 심각하다.


OPEC+의 감산 결정은 중간 선거의 최대 이슈를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전환시킬 전망이고 집권당이 불리할 수 있다. 휘발유 1갤런의 가격은 전국 평균 3.83 달러로 올 여름 초 5달러의 최고 기록을 경신한 이후 몇 달간 지속된 가격 하락 추세를 다시 뒤집고 있다. 배럴당 11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말 전까지 갤런당 5달러에 다시 근접할 전망이다.


OPEC+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하루 2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한 후 펌프 가격이 앞으로 계속 오를 수 있다.

그런데 하필 왜 지금 감산에 합의했을까?

OPEC+는 세계 경제 성장 둔화에 직면해 유가를 인상하고 성장 둔화와 강달러에 대비하려고 한다. 또한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는 바이든 대통령보다는 트럼프와 가깝다.


미국의 감산 억제에 사우디가 반기를 들고 러시아와 손잡고 감산을 통한 오일 가격 상승을 노렸다. 여기에는 미국 증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 역시 포함된다. 실제로 오일 가격의 급등은 공화당에게 유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OPEC+의 감산 결정 이유

오일 가격은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오일 가격은 꾸준히 떨어졌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감산을 통한 가격 사승을 노린 것이 경제적 이유다.


OPEC과 러시아 동맹국의 감산은 러시아의 부당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많은 서방 국가들이 모스크바에 부과한 제재에 더해 세계 에너지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타격으로 작용했다. OPEC+ 감산은 유가 상승을 의미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외교 정책 중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나머지 OPEC 국가의 석유 생산량을 늘리도록 설득하는 것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계속 오르던 시점인 2021년 11월 G20 회의에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기타 주요 산유국이 감산하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2022년 7월 걸프 지역을 방문했을 때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갔으나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는데 실패했다. 당시 오일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정도였고 펌프 가격은 갤런당 5달러를 넘었다. 그 이후로 유가는 하락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은 아니다. 대신 전 세계 경제가 약화되고 오일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 (GDP)에 대한 기대치는 절반으로 떨어졌다. 세계 2위의 경제가 모든 코로나바이러스 사례를 찾아내기 위한 명분으로 엄격한 봉쇄 정책을 채택하고 해외로 반출되는 모든 물품은 중국에서 나오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통망 대란이 일어났다. 전세계 생산 물자의 70%가 중국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이는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정치적 의도가 높은 조치라 할 수 있다.


유가는 미래 글로벌 경제 성장의 렌즈를 통해 볼 수 있다. 유가가 높아지면 소비자가 더 많이 지출할 것이라는 투자자의 믿음을 나타내는 반면, 유가 하락은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확신을 나타낸다. OPEC+의 감산 결정은 수요 약화를 감안할 때 의도적으로 유가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석유 생산국이지만 러시아는 3위다.

이런 현실로 인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오일 가격이 잠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몇 달 후 미국과 서방 동맹국이 러시아에 심각한 제재를 가하면서 궁극적으로 배럴당 120달러에 도달한 후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떨어졌다.


쉘 (Shell), 비피 (BP) 그리고 엑쏜 (Exxon)과 같은 에너지 대기업은 모두 러시아 에너지 거래에서 탈퇴했고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으로 향하는 원유 선적의 약 8%를 차지하는 러시아 석유 제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가만히 있지 않고 특히 아시아와 중동에서 새로운 구매자를 찾아내고 있다.


현재까지 러시아 수출 흐름은 탄력적이다. 러시아는 할인된 가격으로 오일을 판매해야 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공급으로 가는 길을 찾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재제가 실효가 없었던 것도 러시아산 오일을 수입하는 국가들이 상당히 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유럽 무역 제한이 이번 겨울에 발효될 예정이고 성공적으로 구현되면 시장에서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


유럽의 기온이 떨어지면서 더 비싼 에너지는 이미 끓어오르는 지정학적 긴장을 더 뜨겁게 만들 수 있다. 노드 스트림 (Nord Stream) 송유관의 불가사의한 파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4개 주 합병, 핵전쟁의 위협을 포함한 전쟁의 고조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의존하는 에너지 생산에 긴장을 더할 뿐이다.


미국 석유 업계와 바이든의 갈등

모든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미국 석유 회사들은 생산을 극적으로 확장하는 데 서두르지 않았다. 이들도 높은 오일 가격이 막대한 수익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에너지 정보국 (U.S. Energy Information Agency)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5월에 하루 1,15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1년 전보다 20만 배럴 늘어난 반면 2019년보다는 하루 약 50만 배럴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주요 석유 회사들이 공급 증가, 가격 하락 그리고 수익 감소를 원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새로운 유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싶지 않았다.


블랙락 (BlackRock)을 포함한 세계 최대 기관 투자가들은 환경,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 (ESG) 관련 위험 수준이 낮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석유와 가스 생산에서 환경 친화 에너지로 돈을 옮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친환경 정책을 석유 관련 산업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 토지에 대한 새로운 석유와 가스 임대를 중단했다. 이는 가격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지만 향후 몇 년 동안 공급에 영향을 준다.


OPEC+ 감산이 현재 수준에서 가격을 유지하면서 특히 중국에서 글로벌 수요가 개선되고 러시아에서 의미 있는 감소의 조짐이 보이면 오일 가격은 세 자릿수 가격으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 백악관은 펌프의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산 오일 수출 금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석유 생산국 지도자들이 바이든의 방향에 저항함에 따라 이번 감산 조치는 중간 선거를 불과 5주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백악관은 에너지부에 오일 수출 금지 검토를 요청했다. 석유 산업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지 조치가 지지를 얻고 있다는 신호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막대한 이익을 낸 에너지 대기업과 주유소를 비난하고 즉시 휘발유 가격을 인하할 것을 촉구했다.


원유 감산 문제는 11월 8일 중간선거가 불과 5주 앞으로 다가온 바이든 행정부에게는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인플레이션을 오일 가격이 다시 주도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고 이는 유권자에게는 가장 큰 관심사였다. 펌프 가격이 6월에 갤런당 5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때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비축유 (Strategic Petroleum Reserve)를 방출하면서 점차적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하지만 9월 말 평균 휘발유 가격이 99일 만에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수출 금지가 시행되면 오일 가격은 국내 공급을 보호하기 때문에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석유 산업 관계자들은 에너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조치가 세계 에너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제 제품의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면 재고 수준이 감소하고 국내 정제 능력이 감소해 소비자 가격에 상승 압력을 가한다는 것인데 이들 역시 감산에 돌입할 것이란 뜻이다.


사이가 서먹한 중동의 아우 국가

오랫동안 미국의 원유 시장 파트너였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제 러시아와 협력을 우선시하고 미국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오일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이기로 결정했다. 카르텔 내 최대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결정을 주도했다.


OPEC은 유가를 인상함으로써 모스크바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고 러시아의 고립을 완화하고 있다. 이는 1940년대 이후 미군 진영의 확고한 일원이었던 사우디왕국에 있어 중대한 변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카르텔은 이제 무모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극심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속에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석유 시장에서의 놀라운 러시아-사우디 협력은 2020년 초의 단기 가격 전쟁,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지금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핵전쟁 위협이 있는 코로나 사태에서 살아남았다.


사우디와 러시아 석유 장관은 최근 130달러를 기록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하락한 것에 불만을 나타냈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공식적으로 러시아와 기타 비OPEC 회원국을 포함하는 OPEC+의 감산은 하루 200만 배럴로 큰 규모다. 그러나 일부 국가는 할당량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줄어든 실제 수량은 절반 정도가 될 전망이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살만 왕의 즉위에서 빈살만으로 이어지는 왕위 계승을 위해 외교적 영향력과 석유 시장의 주도권을 빈살만에게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사우디 관계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에 의해 깨지고 말았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된 사건 이후, 바이든은 사우디를 파괴적인 야만 국가로 묘사했다. 오일 가격이 오르기 시작할 때까지 바이든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분노는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빈살만은 사우디 왕국의 외교적 영향력과 석유 시장에서의 힘을 증가시켰다. 결국 미국 정부가 오일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오일 감산은 빈살만 왕세자가 그와 가까운 동맹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준 깜짝 선물로 비유되고 있다. 바이든의 러시아 압박은 물론 중동에서의 미국의 역할 모두 성과가 사라지면서 중간 선거 이후 외교 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OPEC+이란?

1960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 산유국들의 카르텔로 1973~74년 미국의 석유 금수 조치와 함께 정치적, 경제적 세력으로 떠올랐고, 이로 인해 유가가 급등했다.


이 모임은 13개국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최대 생산국이고 이라크와 이란이 그 뒤를 잇고 있다. 2014~16년 유가 폭락에 대응해 2016년 12월 러시아와 협력해 하루 180만 배럴의 생산량을 줄이는 데 합의했다.


OPEC의 공식 회원국은 알제리, 앙골라, 에콰도르, 적도 기니, 가봉,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리비아, 나이지리아, 콩고 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베네수엘라다. 인도네시아와 카타르는 회원 자격이 상실되었다.


"Vienna Group"으로 알려진 OPEC+ 그룹은 카자흐스탄, 멕시코, 러시아를 포함한 10개의 비회원국을 추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55%를 공급하고 지구의 석유 매장량의 90%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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